비공개 사체부검, 검찰이 해명해야하는 이유

자신들의 과실여부를 따지는 사건에 자신들만 부검하는게 맞나

커널뉴스 박정원 기자

등록일: 2009-01-21 오후 5:21:12


 
▲ 경찰이 시신 확인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의 출입을 막고 있고 있다. - 경찰은 21일 새벽 0시 50분경, 유가족의 항의가 있은지 수시간이 지난 후에야 10여 명의 유가족에 한해 제한적으로 출입을 허용했다.
ⓒ 커널뉴스 박정원 기자

2009년 1월 20일 심야의 명동성당 앞 골목에서는 투석전이 벌어졌다.

밤이 늦으면서 시위 군중은 성당 앞 길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대로로 진출할 의지가 없어 보였음에도 경찰은 작심한 듯 한차례 병력을 진입시켰고, 이 과정에서 기자를 포함한 부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1월 20일 새벽 용산 철거민 강제 진압과정과 마찬가지지만 ‘분노의 표현’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대응을 한 것이다.

경찰 지휘부의 의식 속에 ‘시위중인 시민은 유권자가 아닌 그저 빨갱이’라는 식의 개념이 자리잡아서일까, 불도저 식의 조기 진압과 소중한 인명임을 무시하는 진압 작전 방식은 물론, 진압에 동원된 어린 전경들의 시민에 대한 태도 등은 21세기 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서는 안될 비인간적인 만행이라 할 것이다.

시위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소중한 우리의 국민이다. 전경들의 형과 누나, 아버지, 삼촌일 수 있고, 어쩌면 장래의 신붓감일지도 모른다.

명동에서 시민들이 자진 해산하던 시간에 용산 희생자들이 안치되어 있는 순천향병원에서는 유족들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었다.

신원확인과 함께 시신의 상태를 확인해야겠다는 유족들과 전철연 회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던 경찰이 마침내 의사와 변호사를 포함한 10명의 인원으로 한정하여 1차적으로 시신 확인에 동의한 후, 유족 대표들과 함께 안치실에 들어갔던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실장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김정범 대표는 보호자의 신원 확인과 동의도 없는 가운데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신속하게 부검을 행한 검찰과 경찰을 비판하면서, “전두환 정권 때도 이런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함께 들어갔던 유족들마저 자신의 가족인지 육안으로는 확인이 불가할 정도로 훼손된 시신들에 대하여 신원확인 과정을 거치지도 않았음에 불구하고 두개골과 흉부, 심지어 다리 등에까지 칼을 대어 부검을 한 것을 두고 불행하게 희생된 사망자를 추모하고 유족을 챙겨야 하는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마저 무시한 것임은 물론, 유가족 측의 의사 참관 없이 부검을 한 것은 사망 원인에서 오직 경찰의 유,불리를 먼저 따지고 이에 따른 대응을 염두에 둔 행동이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형사소송법 222조에는 변사자 또는 변사의 의심이 있는 사체에 대하여 검사의 지휘하에 검시가 이루어지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그 조건은 변사의 의심이 가거나 변사자이어야 하고, 범죄의 혐의를 인정하고 긴급을 요할 때에 영장 없이 검증할 수도 있도록 하고 있다.

가족의 동의를 구하도록 강제하고 있지는 않지만 5천년 역사의 대한민국에서는 가족의 동의는 상식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죽은 자마저 수백 년 동안 제사 지내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니 말이다.

용산 희생자들은 의심할 바 없는 분명한 변사자이다. 가해자가 누구인지는 추후 가려져야겠지만 분명한 범죄 피해자들인 것이다. 혹시나 자살 소견이 있지는 않나 확인한 것이 아니라면 검찰의 지휘에 따른 경찰 측의 부검은 석연치 않은 점이 없지 않다.

변사가 이미 분명하고, 동일한 장소에 경찰을 포함한 다수의 목격자가 존재하므로 희생자들이 불가피한 사고 또는 범죄행위로 말미암아 사망한 사실은 분명하다.

동일한 장소에서 시위를 하던 철거민들은 전원 검거된 상태이고, 혹시나 작전에 투입된 경찰의 도주, 증거인멸 등을 우려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런 상식을 벗어난 재빠른 부검을 행할 리 없기 때문이다.

형법 163조 변사체검시방해 조항에 대한 판례에서 보면 변사자라 함은 부자연한 사망자를 말하는 것으로 그 사인이 명백한 경우는 변사자로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화재로 인해 사망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사망했을 때 이를 변사자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검찰의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이들은 집단적 행위에 참가한 희생자들이기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유족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므로, 따라서 신원미상의 유기된 사체는 아님으로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가 우선되었어야 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확인된 유족 측이 부검에 동의하고 유족 측의 전문가를 참관시키도록 허용하지 않았을 때 형법 163조의 범죄행위는 검사나 경찰에게 혐의를 둘 수도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범죄의 가해자로서 공권력의 과잉진압이 거의 분명한 이런 사건을 두고 유가족 측의 동의와 전문적 참관 없이 가해자로 의심받는 공권력이 일방적으로 비공개 리에 부검을 한다는 것은 공정성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변사체검시를 방해한 행위’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변사 사건을 경찰이나 검찰이 수사하고 그들에 의하여 선정된 부검의가 검안 및 부검을 한다는 것에 대하여 검시가 수사에 종속됨으로써 오류에 빠질 가능성이 많다고 우려되어 오고 있는 가운데, 우리 형법에는 158조 장례식 등의 방해, 159조 사체 등의 오욕, 161조 사체 등의 영득 등에 대하여 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며, 미수범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제는 검찰과 경찰 측이 해명할 차례다!
163조인가, 아니면 158, 159, 161조인가?



커널뉴스 최신기사를 RSS로 받아보세요 =>


Trackback 0 | Comment 0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humanpos.tistory.com/trackback/125 관련글 쓰기






커널뉴스's Blog is powered by Daum & tistory